사례: Rosie, 비전공자가 AI로 만든 반려견 암백신
Sid 사례가 한 사람이 자기 병을 데이터로 파헤친 이야기였다면, 이번은 한 마리 개와 그 주인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호주 시드니의 Paul Conyngham(폴 코닝햄): 데이터과학·머신러닝 17년 경력의 개발자지만 생물학은 비전공입니다. 죽어가던 반려견 Rosie(로지)를 위해, 그는 AI 도구만으로 세계 최초의 반려견 맞춤형 mRNA 암백신을 설계했습니다.
“In the truest sense of the word: Rose was a pioneer. It is my hope that her contribution will lead to many people never having to face what I had to go through: both humans and pets alike.” : “진정한 의미에서 Rose는 개척자였다. 그녀의 기여가,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많은 이들이 내가 겪은 일을 겪지 않게 되는 데 이어지길 바란다.” (Paul Conyngham)
이 사례에는 Sid 사례와 똑같은 방법론, 데이터 → 표적 → 치료, 이 흐릅니다. 다만 이번엔 비전공자가 AI로 그 분석을 해냈다는 점, 그리고 성공과 한계가 함께 담긴 정직한 결말이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1. 무슨 일이 있었나: Rosie의 진단
섹션 제목: “1. 무슨 일이 있었나: Rosie의 진단”2024년, Rosie는 비만세포종(mast cell tumour)1, 개에게 흔한 피부 암, 진단을 받습니다. 항암·수술을 했지만 종양은 줄지 않고 계속 재발했습니다. 표준 치료가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이죠.
주인 Paul은 의사도, 생물학자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데이터를 다루는 감각과 AI 도구가 있었습니다. 그는 “개발자가 버그를 디버깅하듯” 이 문제에 접근하기로 합니다.
2. 무엇을 했나: 시간순으로
섹션 제목: “2. 무엇을 했나: 시간순으로”| 시점 | 한 일 |
|---|---|
| 계획 | ChatGPT로 “어떻게 접근할지” 계획 수립 → 면역치료 방향 + UNSW 유전체 센터로 안내받음 |
| 시퀀싱 | 약 $3,000을 내고 Rosie의 정상 DNA와 종양 DNA를 시퀀싱 |
| 표적 발굴 | AlphaFold2로 돌연변이 단백질 구조를 모델링 → 면역이 알아볼 만한 신항원(neoantigen)3 표적 후보를 추림 |
| 협업·설계 | 표적 리스트를 들고 UNSW RNA Institute를 찾아감 → 그 데이터로 맞춤형 mRNA 백신4을 2개월 이내에 설계·제조 |
| 규제 | 100페이지짜리 동물 윤리 승인 서류를 매일 밤 2시간씩 3개월 작성 |
| 접종 | 2025년 12월, 첫 접종을 위해 10시간을 운전해 이동. 이어 부스터 접종 |
핵심은 분석의 큰 몫을 개인이 AI로 해냈다는 것입니다. 시퀀싱 데이터에서 변이를 찾고(우리가 배우는 RNA-seq 파이프라인과 같은 결의 작업), AlphaFold로 표적을 추리는 데까지는 전문 연구실이 아니라 한 사람과 AI 도구로 갔습니다.
3. 협업 요청이 무시되지 않은 이유
섹션 제목: “3. 협업 요청이 무시되지 않은 이유”비전공자가 대학 연구실을 움직인 비결은 “부탁”이 아니라 “이미 절반을 해낸 데이터”를 들고 갔다는 데 있습니다.
- 완성된 분석을 지참: 그냥 도움을 청한 게 아니라, 시퀀싱·AlphaFold로 추린 표적 리스트를 가져감. 연구실은 검토하고 mRNA를 설계하면 됐습니다(진입 비용이 낮았음).
- 비용·리스크를 본인이 부담: 시퀀싱 비용도, 100페이지 윤리 서류도 본인이 감당.
- 분야 신뢰성: 생물학은 몰라도 데이터·AI 전문가라, 데이터 품질과 소통에서 신뢰를 얻음.
- 낮은 규제 문턱: 사람 임상이 아니라 반려견이라, 연구실 입장에서도 “빠른 맞춤 설계”를 보여줄 매력적인 시도였음.
4. 결과, 그리고 정직한 결말
섹션 제목: “4. 결과, 그리고 정직한 결말”2026년 3월, 성과가 나타납니다. 다리의 테니스공만 하던 종양이 약 75% 축소됐고, 대부분의 종양이 줄어드는 관해(remission)5에 들어갔습니다. 접종 6주 뒤 Rosie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토끼를 쫓을 만큼 회복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후 받은 수술이 재발의 방아쇠가 되어 암이 관해에서 벗어났고, 종양이 빠르게 전신으로 퍼졌습니다. 2026년 중반, Paul은 고통받는 Rosie를 위해 안락사라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
5. 규제의 벽: 호주 vs 한국
섹션 제목: “5. 규제의 벽: 호주 vs 한국”Paul이 가장 힘들었다고 꼽은 건 백신 자체가 아니라 **행정(red tape)**이었습니다. 이 벽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 단계 | 호주(이 사례) | 한국이라면 |
|---|---|---|
| 시퀀싱·표적 발굴 | 개인이 비용 지불해 진행 | (동물은 생명윤리법 비적용) 비교적 자유: 개인+AI 분석 가능 |
| 동물에 실험적 치료 | 대학 동물 윤리 승인(100쪽 서류) | 「동물보호법」·「실험동물법」상 등록 시설 + IACUC6 사전 심의 필수 |
| mRNA 백신 제조·투여 | 등록 연구기관(UNSW)이 제조 | 동물용 생물학적제제7로 품목·제조 허가 대상, 미허가 제제 제조·투여 원칙적 불가 |
| mRNA 구축물 취급 | 기관 바이오안전 관리 | 「유전자변형생물체법(LMO)」8·기관생물안전위원회 소관 가능 |
| 진단·투여 행위 | 수의사 관여 | 「수의사법」: 치료는 수의사 면허 영역 |
요점: 어느 나라든 “제조·투여”부터는 반드시 기관·전문가·규제기관을 거쳐야 합니다. 특히 한국은 “등록 시설을 경유해야 한다”는 벽과 “미허가 생물학적제제 금지”라는 벽이 커서, 개인이 전 과정을 밟기는 더 어렵습니다.
6. 우리에게도 똑같이 닥칠 어려움
섹션 제목: “6. 우리에게도 똑같이 닥칠 어려움”이 사례가 우리 스터디에 주는 현실적 교훈:
- 분석은 되지만, 그다음은 혼자 못 한다: 시퀀싱·표적 발굴(우리가 배우는 부분)은 개인+AI로 가능. 하지만 제조·투여·임상은 자격 있는 전문가와 시설이 필수입니다. “AI가 암을 고친 게 아니다”라는 전문가들의 말이 정확합니다.
- 규제·비용이 진짜 벽: 실제 치료로 가면 윤리 서류·허가가 분석보다 오래 걸리고, 맞춤 백신은 1인당 약 $100,000 수준으로 추정될 만큼 비쌉니다.
- 해석의 불확실성(n=1): 종양이 줄어도 백신 덕인지 자연 관해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정상 조직(GTEx 같은 레퍼런스)과 비교할 때 배우는 “대조군 없이는 결론 못 낸다”는 함정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7. 그 후: Rosie의 이름을 딴 회사, Gamgee
섹션 제목: “7. 그 후: Rosie의 이름을 딴 회사, Gamgee”Paul은 이 경험을 회사로 확장했습니다. Gamgee9는 개 맞춤형 mRNA 암백신을 만드는 스타트업으로, 종양에서 만든 백신으로 면역이 암과 싸우게 돕는다는 컨셉입니다. 첫 제품은 ze-ets-001(“개를 위한 최초의 개인 맞춤 암 치료 프로토콜”), 신청 심사부터 조직 채취·유전체 분석·백신 설계·모니터링까지 전 과정을 관리합니다. 호주에서 임상을 진행하며, UNSW·퀸즐랜드대와 협력하고 Y Combinator·Founders Fund 등의 투자를 받았다고 회사는 밝히고 있습니다.
⚠️ 다만 회사 소개의 “한 번의 치료로 Rosie에게 2년의 삶이 더해졌다” 는 표현은 마케팅 프레이밍입니다. 실제 결말(수술 후 재발 → 안락사)과 나란히 놓고 봐야 균형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비전공 개발자가 AI로 종양을 분석해 표적을 찾는다는, 우리가 이 핸드북에서 배우는 바로 그 파이프라인이 투자받는 회사로 이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8. 폴에게 배우는 것
섹션 제목: “8. 폴에게 배우는 것”결과(백신)보다 그가 일한 방식에 배울 게 더 많습니다.
- 주인의식(ownership): “더는 방법이 없다”에서 멈추지 않고 문제 해결의 주체가 자신이 됐습니다. Sid의 “나를 살리는 게 내 일이 됐다” 와 같은 태도.
- 없는 것 대신 가진 것으로: 생물학 학위가 없다는 데 마비되지 않고, 가진 역량(데이터·AI)으로 문제를 “디버깅”으로 번역했습니다.
- “부탁”이 아니라 “절반을 해낸 데이터”를 들고 간 것: 시퀀싱·표적 후보까지 정리해 연구실을 찾아가, 상대가 “예”라고 말하는 비용을 낮췄습니다. 협업을 얻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
- 지루한 임계 경로를 회피하지 않은 것: 재밌는 AI 파트만이 아니라 100페이지 윤리 서류를 3개월간 붙들었습니다. 화려한 분석만큼 귀찮은 검증·문서화를 끝까지.
- 전문가를 대체하지 않고 협력한 것: 분석은 자기가, 제조·투여는 자격 있는 기관에 넘겼습니다. DIY의 힘과 한계를 아는 성숙함.
- 정직하게 공개한 것: 성공만이 아니라 안락사라는 결말까지 공개하고, 로지를 “개척자”라 부르며 남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습니다.
한 줄로: 주인의식으로 떠안고 → 가진 역량으로 번역하고 → 숙제를 먼저 해서 협업을 얻고 → 지루한 부분도 끝까지 하되 → 전문가의 영역은 존중하고 → 배운 걸 정직하게 나눈다.
9. 전략 차이: 왜 여러 표적을 동시에 노리나
섹션 제목: “9. 전략 차이: 왜 여러 표적을 동시에 노리나”Sid와 폴을 나란히 보면 흥미로운 차이가 있습니다. 둘 다 표적을 하나만 노리지 않았지만, “병렬”의 층위가 달랐습니다.
| Sid | 폴 / 로지 | |
|---|---|---|
| 방식 | 서로 다른 치료법을 병렬로 (방사리간드·신항원 백신·TCR·MDM2 등) | 하나의 mRNA 백신에 여러 신항원을 한꺼번에 |
| 성격 | 독립적인 여러 “베팅”을 동시에 굴리는 포트폴리오 | 한 샷의 폭을 넓히고, 안 들으면 2차 백신으로 반복 |
| 갈린 이유 | 창업자의 자본·팀·협업 | 개 한 마리·주인 한 명·제한된 예산 |
폴은 순수한 병렬 포트폴리오라기보단 순차 반복에 가까웠고, 그 차이를 만든 건 대체로 자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표적”이라는 방향은 두 사례 모두 옳았습니다. 왜냐면:
- 단일 실패점을 두지 않기 위해서: 암은 이질적이고 진화해, 하나의 표적은 곧 내성에 부딪힙니다. 실제로 로지의 한 종양은 백신에 반응하지 않았고, Sid의 한 표적(B7-H3)은 정상 간에도 발현돼 탈락했습니다. 개발자에게 익숙한 “single point of failure를 만들지 마라” 원칙 그대로입니다.
- 무엇이 들을지 미리 알 수 없어서(n=1): 표적마다 불확실합니다. 여러 베팅을 병렬로 두면 적어도 하나가 맞을 확률이 오르고, 더 빨리 배웁니다. A/B 테스트·실험 포트폴리오와 같은 사고입니다.
- 시간이 임계 자원이라서: 말기에서 하나씩 순차로 시도하기엔 시간이 없습니다. 병렬은 타임라인을 압축합니다.
10. 우리 스터디와의 연결
섹션 제목: “10. 우리 스터디와의 연결”Sid는 사람, Rosie는 개였지만 둘의 방법론은 같습니다:
데이터(시퀀싱) → 표적(변이·신항원 발굴) → 치료(맞춤 설계).
그리고 Rosie 사례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합니다: 그 “데이터 → 표적” 구간은 이제 비전공자도 AI로 해낼 수 있다는 것. 우리가 RNA-seq 파이프라인에서 FASTQ부터 발현량까지 직접 돌려보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동시에 이 사례는 그 한계(완치가 아니었고, 제조·투여·규제는 여전히 전문가의 영역)도 정직하게 알려줍니다.
참고: UNSW 뉴스 · Fortune (2026-03) · The Conversation: 종양내과의의 경고 · Gamgee · Paul Conyngham 본인 공지(LinkedIn).
Footnotes
섹션 제목: “Footnotes”-
비만세포종(mast cell tumour): 개에게 매우 흔한 피부 암. 이름의 “비만세포”(mast cell)는 알레르기·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면역세포로, 살찐다는 뜻의 비만과는 무관합니다. 이 세포가 암으로 변한 것이며, 개마다 진행 양상이 제각각이고 때로 저절로 줄기도 해서 치료 효과 판정을 어렵게 만듭니다. ↩
-
AlphaFold: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AI로,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만 주면 그 3차원 접힘 구조를 예측합니다. 암 변이가 만든 단백질이 어떤 모양이 되는지 모델링해, 면역세포가 그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지(=좋은 표적인지)를 가늠하는 데 썼습니다. ↩
-
신항원(neoantigen): 암세포에만 생긴 변이 단백질 조각. 정상세포엔 없어서 면역에게 “이 얼굴을 한 놈을 잡아라”라고 알려주는 수배 전단 역할을 합니다. mRNA 백신은 이 신항원을 몸에 알려줘 면역이 암을 공격하도록 훈련시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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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백신: 병원체나 암의 특정 단백질(여기선 신항원) “설계도”를 mRNA 형태로 몸에 넣어, 세포가 그 단백질을 잠깐 만들게 하고 면역이 이를 학습하게 하는 방식. 코로나19 백신으로 널리 알려졌고, 각 환자의 종양 변이에 맞춰 개인 맞춤으로 만들 수 있는 게 강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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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해(remission): 암의 징후·증상이 줄거나 사라진 상태. 완치(cure)와는 다릅니다: 눈에 보이는 암이 줄어든 것이지, 몸에서 완전히 사라져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Rosie는 관해에 이르렀지만 이후 재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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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CUC(동물실험윤리위원회): 「동물보호법」·「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동물실험 시설이 반드시 설치·운영해야 하는 심의 기구. 모든 동물실험은 사전에 이 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동물에 실험적 치료를 하려면 개인이 아니라 등록된 기관을 통해 이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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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제제: 백신·항체처럼 생물에서 유래하거나 생명공학으로 만든 의약품. 동물용은 「약사법」과 농림축산검역본부 규정에 따라 품목허가·제조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없이 만들어 투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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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O(유전자변형생물체, Living Modified Organism):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생물이나 그 구성물. mRNA 구축물을 제조·취급하는 연구는 「유전자변형생물체법」과 기관생물안전위원회의 관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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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gee: 이름은 『반지의 제왕』의 충직한 동반자 샘와이즈 갬지(Samwise Gamgee)에서 딴 것으로 보입니다. 끝까지 곁을 지키는 friend의 상징으로, 반려동물 회사 이름과 잘 어울립니다. ↩